3월 봄방학이다.
일주일간의 방학을 기점으로 day light saving (서머타임)이 시작되기에 새로운 일년을 또 한번 맞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방학 직전까지 별다른 계획을 잡지 않았다.
매년 봄 방학, 여름 방학, 또는 Thanks giving 방학 시즌엔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는데 올해 여름엔 5년만의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모든 것을 최대한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급히 일정을 잡은게 뉴멕시코였다.
4일정도의 짧은 일정에 무리없이 움직일만했고 두개의 국립공원이 있기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미국내에 63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뉴멕시코에는 그중에 두개가 있다.
그 두개를 모두 가보는 여행길이고 처음으로 두 아들은 집에 두고 떠나는 길이다.
Carlsdbad Caverns는 국립공원 중 53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지질학적인 의미가 더 크고 사람들이 방문하기엔 그리 편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 국립공원을 한번씩 다 가보는 걸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곳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더 좋아하는 성향이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방문에 제약은 없지만 사전에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한다.
사전 예약료 $1이 필요하고 refund는 되지 않는다.
일주일전 정도전에 들어가 확인하니 우리가 방문하고 싶은 날짜와 시간대는 널널하게 남아있었다.
이와 더불어 국립공원 연간 패스 또는 1명당 $15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일년에 3-4번 정도 국립공원을 방문한다면 연간 패스를 구입하는게 더 경제적이다.
Carlsdad Caverns는 뉴멕시코 남동쪽 (텍사스에 가까움) Carlsbad 시에 가깝다.
황량한 사막같은 지대인데 치와와 사막과 과달루페 산맥 지대에 속한다고 한다 (이곳과 가까운 곳에 과달루페 국립공원이 있다).
오랜 시간동안 지하의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 굴이 형성되고 엄청난 종유석과 석순들이 그안에 있다.
지금까지 300여개가 넘는 동굴이 확인되었고 그중에 116개 정도가 이 국립공원 안에 있다 (오픈되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다는 거다).
여기에서 유명한 곳이 Big Room 이라고 이름붙인 곳이고 길이 1,200m, 폭 191m, 높이 110m 의 사이즈를 자랑한다.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안쪽에 있는 곳이다.
동굴은 1900년대 초 이 지역에 사는 목동 소년이 처음 발견했다.
연기 같은 것을 보고 호기심에 가봤더니 그건 연기가 아닌 박쥐 무리들이 움직이는 것이었고 그들이 동굴에서 나오고 있었다.
홀로 동굴을 탐험하고 사람들에게 알렸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자 사진사를 데리고 들어가 사진을 찍고 그걸 타운에서 전시했단다.
이게 알려지게 되고 의회까지 들어가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1923년에 국가 기념지,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고 1930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켰다.
199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다.
한 소년의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알려지게 된것이다.
Carlsbad 시내에서 하루를 쉬고 아침일찍 예약시간에 맞춰 공원으로 들어간다.
30여분 걸리는 거리를 달려 방문객 센터를 들어가 예약을 확인하고 입장료를 결재하는데 우리는 연간패스를 다시 구입하기로 했다.
연간 패스는 $80이고 일년동안 제한없이 아무곳이나 방문가능하다 (62세가 되면 시니어 패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 같은 $80으로 평생 사용할 수 있다).
아침시간대였지만 예상과 달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놀이공원처럼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 입장할 수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예약은 이미 다 찼지만 몇명의 남아있는 입장인원이 있었다.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5명을 예약했지만 3명만 오는 경우도 있기에 만약 남아있다면 현장에서 기다려서 들어갈 수도 있다.
동굴로 내려가야하는 트레일 코스이기에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이들, 유모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걷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로 내려갈수도 있다.
보통은 걸어서 내려가고 엘리베이터로 올라온다 (이렇게 하면 두시간에서 두시간 반정도가 소요됨).
방문객 센터를 나서서 동굴입구까지 가는 길이다.
이길을 따라 5분정도 내려가면 예약증을 확인하는 곳이 나오고 어느정도 사람이 모여 그룹이 형성되면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들어가게 한다.
금지 사항은 물이외 음식과 만지는 것이다.
그외에는 자유롭다.
입구에 가까이 가면 이렇게 원형 홀이 있는데 이건 저녁때 박쥐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게 해둔 곳이다.
저녁시간대가 되면 볼 수 있다 (이때의 주의사항은 전자기기 사용 금지).
구불구불 길을 따라 내려가면 동굴을 만나게 된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가본 동굴인 제주의 만장굴, 단양의 고수동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이다.
어둡고 습하고 동물들의 쾌쾌한 냄새와 더불어 어두움이 처음엔 불쾌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되고 신비로움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이곳은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이 가는게 좋다 (어린 아이들은 이런 공간을 무서워한다).
이런 공간들과 작품같은 종유석들이 한 가득이다.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내려가면 갈수록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좀 더 잘 다룰 수 있다면 훨씬 좋은 샷을 남길 수 있을텐데 나오고나니 아쉽다.
삼각대를 가져갔지만 좁은 공간과 사람들에 방해되기에 쓰질 않았는데 말이다.
공간만 보면 이게 얼마나 큰지 감이 안오지만 만들어 놓은 길과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엄청남을 알 수 있다.
초창기 탐사했던 공간들, 아직도 조사하고 있고 오픈하지 않은 공간들도 곳곳에 있다.
지질학자, 자연생태 연구가 같은 기초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물론 생계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학자로써의 연구대상은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기초과학을 전공하고도 석, 박사를 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해서 지금까지 엔지니어로 사는 나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이다.
한참을 걸어내려가 Big Room 까지 돌고 나서 엘리베이터로 올라왔다.
두개의 엘리베이터가 교대로 지상까지 데려다 준다.
나올때는 아주 쉽게....
반나절동안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이젠 웬만한 동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다.
오후에는 3시간 거리의 White Sands National Park로 가야하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동굴 탐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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