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엔지니어로 일하다보면 출장 갈일이 극도로 없다.
2022년 이직하고서 다닌 곳에서는 한번도 출장으로 나간적이 없었기에 한동안 유지했던 항공사, 호텔 tier도 다 사라진 상태다.
개인적인 욕심에 한번 정도는 더 이직을 하려고 했었다.
그게 2024년이 될줄은 몰랐지만 기나긴 고민 끝에 이직을 하고서 가게된 첫 출장이다.
출장이라는 이름이지만 본사에 있는 팀을 만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회사의 본사는 시카고 근교 Des Plaines라는 곳에 있다.
Process technology가 메인인 곳이라 관련된 연구/개발 시설도 있어서 꽤 규모가 큰 캠퍼스와 같은 느낌이다.
Oil, Gas, Chemical 은 휴스턴에 산업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Hub 오피스를 휴스턴에 두기도 하지만 메인은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 프로세스 업계의 강자이다.
2주간의 일정으로 월요일 아침에 떠나 그 다음주 금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본사 방문 일정치고는 좀 긴 출장길이 되었다.
우버를 이용해서 바쁘게 이동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TSA Free를 제대로 이용했다.
작년에 Global entry 최종 승인을 받았었는데 이번에야 사용했다.
보안 검사 라인도 짧고 짐 검사도 그냥 넣으면 되는 이래도 돼나 싶을 정도의 빠른 진행이었다.
전자기기도 꺼내지 않고 신발도 벗지않아도 된다.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면을 경험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처음 접하는 여러 툴들과 프로그램, procedure를 하나씩 익혀가면서 프로젝에 적응하고 있다.
신입도 있지만 대부분이 오래 다닌 사람들이다 (기본 15년은 깔고 간다).
나처럼 일정 경력이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문 사례가 된다.
일을 해보니 업무 경험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면서 배워야할 게 많은 것을 감안하면 나같은 경력자들은 적응이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일은 일이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뭘할까 찾아보다 시카고 근교에 있는 곳들을 들렀다.
가장 먼저 떠오른건 Home alone 이라는 영화
그 배경이 된 캐빈의 집이 시카고 근교에 있다.
Wennetka라는 부촌에 있는 큰 집이네...
주택가라 조용하고 왕래가 없는데 가끔씩 사람들이 들러서 사진찍고 간다.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더 많아진단다...
이 Wennetka 아래쪽으로 보면 Bahá'í House of Worship 이라는 곳이 있다.
전세계에 12개의 건물이 있다고 하는데 종교적인 관심보다는 건물이 특이해서 들러본 곳이다.
별게 다 있는 미국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검색했는데 Leaning tower of Niles라는게 있다.
뭘까하고 들렀는데 Tower of Pisa와 비슷하다.
이게 왜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공원에 작게 만들어 놓은게 참 귀엽네...
토요일엔 고민을 하다 무리해서 캔터키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유는 바로 실물 크기의 Ark가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5시간 거리라 당일로 다녀오기엔 힘들다.
옐로우 스톤을 다녀온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피로한데 이때 아니면 가보기 힘든 위치라 달렸다.
일리노이에서 인디애나, 오하이오를 살짝 거쳐서 캔터키까지 가는 길로 동부시간으로 변경되는 곳이다.
먼거리를 뚷고 들어간 곳은 Ark의 크기를 실감하게 한다.
다만, 주차비 $15를 따로 받고 입장료도 택스까지하면 거의 $65 수준이라 가격대는 좀 높다.
주차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내부 버스를 타고 내리면 무지개 기둥이 반겨준다.
하나님이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상징...
사이즈가 압도적이다.
성경으로만 봤고 말로만 들었고 영화나 각종 세트로만 보았던 Ark의 실제 크기다.
내부는 모르겠다.
Ark의 사건을 전체적으로만 들었지 그 내부의 모습이나 Ark에서의 노아 가족들의 삶은 그렇게 다루지 않았으까.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되어 있고 구성원들은 각자의 일을 맡아서 했다는 것들을 보게된다.
앞으로 들어가서 내부 3층을 돌아보고 나오면 뒤쪽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길게 있고 싶었으나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서둘러서 움직여야 했다.
왕복 10시간이 넘는 운전이었지만 다녀온 보람은 있었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실제 Ark도 아니고 실제 있던 장소도 아니지만 우리 역사에 엄청한 의미가 있는 그 기록을 재현해 놓은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리고 주일 오후엔 잠시 다운타운을 걸었다.
휴스턴과 달리 여기는 활발하고 사람도 많고 북적이는 관광지 같은 느낌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불친절함은 여기 특징인가 싶기도 했다.
역시 Home alone 뉴욕에서 나온 Duncun 장남감가게의 장소...
화려한 Theare 거리...
저녁이면 더 화려하고 사람들이 북적일 곳이다.
1921년부터 있었다는 유명한 The Chicago Theatre
파리나 뉴욕 어딘가일듯한 곳도 보이고
이곳의 중심인 Chicago river를 걸어보기도 했다.
잠시 들렀던 이곳에서보는 풍경은 참 예쁘다라는 거다.
2006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 놓은 Cloud gate는 뒷쪽 건물들과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데 지금은 공사중으로 막아놨다.
바로 옆에 있는 무대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아예 주변을 다 펜스로 막아놓아서 지나가야 함에도 불편함을 감수해야했고 극단적인 불친절함을 경험했다.
안전을 위한 것은 충분 이해하지만 물어보고 알려달라고 함에도 손짓으로 가리키기만 하는 상황이 적응하기엔 어려웠다.
시카고 좋다매....
다운타운의 주차는 언제나 어렵고 비싸다.
이번에는 앱을 이용해서 장소, 시간을 정하고 미리 결재했는데 6시간정도를 넣었더니 $14 나왔다.
그냥 들어가면 거의 $30이상 나왔을텐데 앱을 이용하는게 꽤 괜찮네...
2주는 참 길었다.
주말을 정신없이 보내고 또 한주간도 정신없이 일하고 밀려드는 일로 또 정신없었다.
회사에서 공항까지는 15분정도로 가까운 걸리라 다행스럽게도 시간에 맞춰 시카고 공항을 들어와 렌터카 반납하고 TSA Pre 로 들어와 복귀했다.
아주 오랜만의 출장이라 긴장감과 피로도가 훨씬 높았다.
좀 적응하면 나아지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