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요/직장 이야기

두번의 퇴사

Dr. Kim 2018. 10. 26. 12:30

한국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일본에서 박사과정 후 다시 한국에서 10여년을 엔지니어로 살았다.

졸업 후 첫 직장은 6년 1개월을 근무한 삼성 그룹의 계열사

그리고 두번째 회사는 3년 4개월을 근무한 두산 그룹의 계열사

두번의 입사와 두번의 퇴사....

연구실에서 꿈꾸는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다.

나는 왜 미국에 오려고 했을까?

이곳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네...


첫 직장에서의 퇴사는 많은 준비와 경험이 부족했었다.

외면적으로는 6년차 책임에 관련 업무에서는 나름 베테랑이며 파트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내면적으로는 성장의 정체감, 업무의 한계, 더 큰 세상의 경험은 여전히 부족했다.

많은 사람들이 꼽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이 아닌 내 개인적인 욕심이 더 컸었던 시기였다.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있겠지만 후배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역할을 할 역량을 키우는데에는 한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직급상으로 중간에 끼어 있어 technology와 people management의 업무까지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기도 했다.

우연찮은 시기가 겹쳐 회사는 다른 그룹으로 팔려버렸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내 마음에 미안함이 남아있다.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도 부서장님들은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 떠나는 인재를 잡기란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던 첫번째 퇴사였다.


두번째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내면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이직을 했지만 내면적인 부분은 물론 외면적 성장도 동시에 멈춰버린 시기였다.

물론 얻은 것도 있다.

해외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장기출장이 잦은 개발업무로 유럽, 미국 엔지니어들과의 협력을 하면서 채울 수 있었다.

이것은 미국 이민에 두려움을 없애는 동력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많은 한국 직장인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 새로온 경력자들, 타부서에서 옮겨온 사람들, 신규로 채용된 신입들

많은 사람들이 한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임에도 그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전략, 전술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관성인지를 알 수 없을만큼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조직을 위한 것이라는 포장과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것을 서슴치 않게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있을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자는 쉽지 않은 결심을 굳히게 한 시기였다.

나에 대한 좋은 얘기가 들리지 않을 무렵 영주권이 마무리 되었고 예정보다 몇개월 더 빨리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직이 아닌 미국 이민이라는 것 때문이었을까 반응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마음때문인지 나조차도 어떤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현실로 다가올 경제적인 어려움은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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